식단·영양

제로 슈거 혈당, 표시만 믿고 안심해도 될까요?

무당류·저당·무가당 표시 기준과, 표시를 지키고도 혈당이 오르는 경우

2026. 8. 21·11분 읽기

'제로 슈거'라고 크게 적힌 제품을 먹었는데 혈당이 올랐다면, 표시가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그 표시가 보장하는 범위가 생각보다 좁기 때문일 수 있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서 제로 슈거는 당류가 완전히 없다는 뜻이 아니라 100g 또는 100mL당 당류가 0.5g 미만이라는 뜻이고, 당류를 뺀 자리에 남아 있는 밀가루·전분·말토덱스트린 같은 탄수화물은 그대로 소화돼 혈당을 올려요.

이 글은 무당류·저당류·무가당·제로 칼로리 표시가 각각 무엇을 보장하고 무엇을 보장하지 않는지, 그리고 포장에서 실제로 확인해야 할 숫자가 무엇인지를 정리했어요. 감미료 성분 하나하나의 혈당 반응이 궁금하다면 스테비아·알룰로스·에리스리톨 등 대체당 5종을 혈당과 안전성 축에서 비교한 글을 함께 보면 도움이 돼요.

무당류(제로 슈거)
0.5
g 미만 / 100g·100mL당 당류
저당류(저당)
5
g 미만 / 고체 100g당 당류
제로 칼로리
4
kcal 미만 / 100mL당 열량
포장 앞면에 영양 등급과 유기농 표시가 인쇄된 귀리 제품

포장 앞면의 큰 글씨는 제조사가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 사실만 담아요. 혈당과 직접 연결되는 정보는 뒷면 영양성분표에 숫자로 적혀 있어요.

🏷️ 제로 슈거 표시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제로 슈거는 당류가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식품 100g 또는 100mL당 당류가 0.5g 미만이라는 표시 기준을 충족했다는 뜻이에요. 같은 계열의 표시인 저당류·무가당·제로 칼로리도 각각 다른 기준을 쓰기 때문에, 네 가지를 같은 의미로 읽으면 오해가 생겨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등의 표시기준'은 당류 관련 강조 표시를 다음과 같이 나눠요. 표시마다 기준이 되는 단위(100g인지 100mL인지)와 대상(당류 함량인지 첨가 여부인지)이 달라요.

당류 관련 강조 표시의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등의 표시기준)
표시기준무엇을 보장하나요
무당류 · 제로 슈거100g 또는 100mL당 당류 0.5g 미만당류가 거의 없음. 다른 탄수화물은 별개
저당류 · 저당고체 100g당 5g 미만 / 액체 100mL당 2.5g 미만당류가 적은 편. 0은 아님
무가당 · 설탕 무첨가당류를 인위적으로 첨가하지 않음첨가 여부만 보장. 원래 들어 있던 당류는 남아 있음
제로 칼로리100mL당 4kcal 미만열량이 적음. 당류 0을 뜻하지 않음

여기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표시가 무가당이에요. 무가당은 설탕이나 꿀·올리고당 같은 당류 원료를 따로 넣지 않았다는 뜻이지, 제품에 당류가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과일주스에 '무가당'이 붙어 있어도 과일 자체의 과당은 그대로 들어 있어서 식후 혈당은 오를 수 있어요.

소비자 인식과 실제 기준 사이의 간격도 확인된 편이에요. 2024년 12월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약처 기준에 따른 '제로' 표기 기준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응답자는 33%에 그쳤고, 칼로리나 당류가 완전한 0이어야만 제로 표기가 가능하다고 잘못 알고 있는 응답자가 37%였어요.

가공식품이 빼곡히 진열된 마트 통로의 선반

이 변화 덕분에 이제는 포장 앞면만 봐도 "당류 대신 감미료를 썼구나", "열량은 낮지 않구나"를 구분할 단서가 생겼어요. 강조 표시 옆에 붙은 작은 글씨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요.

🍽️ 제로 슈거인데 왜 혈당이 오를까요?#

제로 슈거 제품에서 혈당이 오르는 가장 흔한 이유는 당류와 탄수화물이 서로 다른 항목이기 때문이에요. 당류는 탄수화물 중에서 단맛을 내는 단당류와 이당류를 묶은 하위 항목이에요. 즉 당류를 0에 가깝게 낮춰도 전분·밀가루·말토덱스트린 같은 나머지 탄수화물은 영양성분표의 '탄수화물' 칸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소화 과정에서 전분은 포도당으로 잘게 쪼개져 흡수돼요. 그래서 제로 슈거 쿠키, 무설탕 시리얼바, 저당 아이스크림처럼 곡물 가루나 전분이 바탕인 제품은 당류 표시와 무관하게 식후 혈당을 올릴 수 있어요. 특히 말토덱스트린은 전분을 잘게 분해해 만든 원료라 소화 속도가 빠른 편이라, 단맛이 거의 없는데도 혈당 상승에 기여할 수 있어요.

포장 식품을 탄수화물이라고 적힌 바구니에 나눠 담는 손

그래서 영양성분표를 읽는 순서를 바꾸면 판단이 훨씬 쉬워져요. 당류 칸부터 보지 말고, 1회 제공량 기준의 탄수화물 총량을 먼저 확인하고 그 안에서 당류·식이섬유·당알코올이 각각 얼마인지를 나눠 보는 방식이에요.

포장 단위도 함께 봐야 해요. 표시 기준은 100g이나 100mL를 단위로 삼지만, 실제로 먹는 양은 한 봉지·한 병일 때가 많아요. 500mL 음료라면 100mL당 0.5g 미만이라는 기준을 지켜도 한 병에 최대 2.5g 가까운 당류가 들어 있을 수 있어요. 같은 원리로 탄수화물 총량도 1회 제공량이 아니라 실제로 먹는 양으로 다시 계산해 보는 편이 정확해요. 과자류는 1회 제공량이 한 봉지의 절반이나 3분의 1로 잡혀 있는 경우가 흔해서, 한 봉지를 다 먹었다면 표시된 숫자에 그만큼을 곱해야 실제 섭취량이 나와요.

당류가 남아 있는 경로도 하나 더 있어요. 설탕을 넣지 않았더라도 농축과즙·건과일·쌀조청 같은 원료를 쓰면 그 자체에 당류가 들어 있어요. 이런 원료는 무가당 표시와 함께 쓰일 수 있고, 표시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혈당 관점에서는 설탕과 크게 다르지 않게 작용할 수 있어요. 원재료명에서 '농축액'·'조청'·'시럽'으로 끝나는 이름이 앞쪽에 보이면 당류 칸을 다시 확인해 보는 편이 좋아요.

한 제품이 혈당을 얼마나 올릴지 가늠할 때는 당류 함량 하나보다 혈당지수(GI)와 혈당부하(GL)를 함께 보는 방법이 실제 섭취량까지 반영해 줘서 더 도움이 돼요.

🍬 당알코올·감미료 종류마다 혈당 반응이 다를까요?#

같은 '제로'라도 어떤 감미료를 썼는지에 따라 혈당 반응은 달라져요. 크게 나누면 열량이 거의 없는 고감미도 감미료(스테비아·수크랄로스·아스파탐 등)와, 당류는 아니지만 일부가 흡수되는 당알코올(에리스리톨·자일리톨·말티톨 등)이 있어요. 표시상으로는 둘 다 당류에 포함되지 않지만, 몸에서의 반응은 같지 않아요.

당알코올은 탄수화물의 일종이면서 당류로 분류되지 않는 감미 성분이에요.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시기준에서 당알코올의 에너지 환산계수는 1g당 2.4kcal이고, 에리스리톨만 1g당 0kcal로 계산해요. 이 차이가 혈당 반응의 차이와도 대체로 방향이 같아요.

CGM 데이터
주요 감미 성분의 혈당지수(GI) 보고값 — 설탕과의 비교
단위 · mg/dL
01설탕(자당)
+65
02말티톨
+35
03자일리톨
+13
04에리스리톨
+0
낮음 < 10보통 10–30높음 > 30

말티톨은 당알코올 중에서 혈당지수가 높은 편에 속해요. 여러 문헌에서 혈당지수는 약 35, 인슐린 지수는 약 27로 보고돼요. 설탕보다는 확실히 낮지만 0은 아니어서, 말티톨을 많이 쓴 무설탕 초콜릿이나 사탕을 여러 개 먹으면 혈당이 눈에 띄게 오를 수 있어요. 반면 에리스리톨은 대부분이 소장에서 흡수된 뒤 대사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돼 혈당지수가 0으로 보고돼요. 알룰로스도 혈당과 인슐린 반응이 거의 없는 쪽으로 보고되는 희소당이에요.

역광을 받아 가장자리가 빛나는 각설탕 더미

고감미도 감미료를 쓴 제품에서 오히려 주의할 지점도 있어요. 스테비아나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수백 배 달아서 아주 적은 양만 넣어도 단맛이 나요. 그만큼 설탕이 차지하던 부피와 식감이 비게 되는데, 가루 형태의 가공식품에서는 그 자리를 말토덱스트린이나 덱스트린 같은 증량제로 채우는 경우가 있어요. 감미료 자체는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아도 제품 전체로 보면 소화가 빠른 탄수화물이 들어가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에요. 액체인 음료에서는 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잘 생기지 않아요. 같은 '제로'라도 음료와 가공식품을 다르게 봐야 하는 이유예요.

정리하면 감미료 이름을 원재료명에서 한 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예측이 꽤 달라져요. 말티톨·말토덱스트린이 앞쪽에 적혀 있으면 혈당 반응을 조금 더 보수적으로 잡고, 에리스리톨·알룰로스·스테비아 위주라면 당류 자체의 영향은 작다고 보되 제품 전체의 탄수화물 총량을 다시 확인하는 식이에요.

🥤 제로 음료와 제로 소주는 안심해도 될까요?#

제로 음료는 같은 양의 일반 음료와 비교하면 당류와 열량을 줄여 주는 선택이 될 수 있지만, 무제한으로 마셔도 되는 음료로 보기는 어려워요.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5월 비당류 감미료 가이드라인에서 체중 조절이나 비감염성 질환 위험을 낮출 목적으로 비당류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했어요. 다만 이는 근거 확실성이 낮은 조건부 권고이고, 이미 당뇨병을 진단받은 사람은 권고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요.

안전성 논란도 크기와 맥락을 함께 봐야 해요. 2023년 7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로 분류했지만, 같은 시기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1일 섭취허용량을 체중 1kg당 40mg으로 유지한다고 재확인했어요. 분류는 위험의 크기가 아니라 근거의 확실성을 나타내는 구분이라, 일반적인 섭취량에서 곧바로 위험하다는 의미로 읽기는 어려워요.

탄산 거품이 올라오는 음료 속에 잠긴 라임 조각

제로 슈거 소주는 조금 다른 이야기예요. 증류주인 소주는 원래 당류가 거의 없는 술이라, '제로 슈거' 표시가 알려 주는 새로운 정보는 크지 않아요. 혈당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쪽은 당류보다 알코올과 안주예요. 알코올은 간에서 포도당을 내보내는 과정을 방해해서, 술을 마신 밤에는 혈당이 낮아졌다가 다음 날 오히려 오르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해요. 이 흐름은 술을 마신 뒤 혈당이 떨어졌다가 다음 날 오르는 이유를 정리한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요.

같은 제로 음료라도 언제 마시는지에 따라 체감이 달라지기도 해요. 식사와 함께 마시면 혈당 곡선을 만드는 주인공은 음료가 아니라 함께 먹은 밥·면·빵 쪽이에요. 제로 음료로 바꾼 뒤에도 식후 혈당이 비슷하게 올랐다면, 음료의 문제라기보다 식사 구성이나 순서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해요. 개인차도 커서 같은 제품에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요.

포장을 집었을 때 30초 안에 확인할 것
  • 앞면 강조 표시 대신 뒷면 영양성분표의 탄수화물 총량을 먼저 본다
  •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당알코올을 뺀 값으로 실제 흡수량을 가늠한다
  • 원재료명에서 말토덱스트린·말티톨이 앞쪽에 있는지 확인한다
  • 100g·100mL 기준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먹을 양으로 다시 계산한다
  • 새로 먹는 무설탕 제품은 소량부터 시작해 소화기 반응을 살핀다

✨ 정리하면#

제로 슈거 표시는 거짓말이 아니라 아주 좁은 약속이에요. 당류가 100g·100mL당 0.5g 미만이라는 사실 하나만 보장하고, 그 제품이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까지 보장하지는 않아요. 표시 문구를 신뢰하되 판단은 영양성분표의 숫자로 하면, 같은 매대에서도 훨씬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이 글은 일반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걱정되는 증상이나 변화가 있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제로 슈거 음료는 당뇨병이 있어도 마셔도 되나요?
일반적인 당류 음료보다 식후 혈당에 주는 부담이 작은 편이에요. 세계보건기구의 2023년 비당류 감미료 권고도 이미 당뇨병을 진단받은 사람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어요. 다만 제품마다 사용된 감미료와 탄수화물 함량이 달라서, 개인의 치료 계획과 함께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는 편이 안전해요.
'무가당'이라고 적혀 있으면 당류가 0인가요?
아니에요. 무가당은 설탕·꿀·올리고당처럼 당류 원료를 따로 넣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원재료에 원래 들어 있던 당류는 그대로 남아 있어요. 무가당 과일주스에 과당이 들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예요.
당알코올은 영양성분표의 탄수화물에 포함되나요?
포함돼요. 당알코올은 탄수화물의 일종이지만 당류로는 분류되지 않아서, 탄수화물 칸에는 들어가고 당류 칸에는 잡히지 않아요. 그래서 '당류 0g'이면서 탄수화물 수치가 높은 제품이 나올 수 있어요.
제로 슈거 과자를 먹었는데 혈당이 올랐어요. 표시가 잘못된 걸까요?
표시 기준을 지켰더라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에요. 과자의 바탕이 되는 밀가루·전분은 당류가 아니지만 소화되면서 포도당으로 흡수돼요. 말토덱스트린처럼 단맛이 거의 없는 원료도 같은 방식으로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제로 슈거 소주는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되나요?
큰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증류주인 소주는 원래 당류가 거의 없고, 열량의 대부분은 당류가 아니라 알코올에서 나와요. 알코올 1g은 7kcal를 내고, 함께 먹는 안주의 양이 전체 섭취 열량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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