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엄마가 우울하다고 했다.
사계절이 있듯이 우리 몸도 시절마다 겪는 두드러지는 현상이 있어요. 이 중에서도 가을 즈음의 중년 여성은 갱년기를 겪는데요. 이때 초록 잎이 붉게 물드는 것처럼 한 여성에게 아주 많은 변화가 발생해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생물학적 의무를 다한 한 여성이 더는 중요하지 않은 여성 호르몬을 적게 생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본디 할 일을 열심히 한 난소의 명예로운 퇴직을 준비하는 셈이에요. 그렇게 월경이 찾아오는 일이 불규칙해지다가, 결국 월경이 완전히 중단되어 완경을 맞이해요. 마지막 월경을 기점으로 1년 동안 월경이 없으면 완경기에 들어가는데요.
완경기의 나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50세 전후로 겪어요. 그리고 완경기도 마치 사춘기처럼, 누군가는 격하게 누군가는 소리소문없이 지나칠 수도 있어요.
1. 호르몬의 변화
완경기에는 여러 가지 호르몬이 흔들리는데요. 특히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변화가 두드러져요.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하면 안면 홍조, 식은 땀, 급격한 기분 변화와 지나친 우울감과 같이 잘 알려진 완경기 증상이 나타나요. 그리고 에스트로겐 호르몬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내장 지방이 늘어나요. 내장 지방이 늘어나면서 지방 분포도가 변화되고, 늘어난 내장 지방에서 사이토카인성 염증 물질을 분비해요.
이에 따라 인슐린 저항성이 심화되어 혈당이 상승하며,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또한, 완경기에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도 감소하는데요.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감소하면 잠들거나 깊은 수면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무척이나 애를 먹어요. 충분히 수면하지 못한 여성은 몸에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높아지고, 혈당도 함께 널뛰어요. 그렇게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인한 내장 지방의 증가와 수면 부족은 얽히고설켜 서로를 악화시켜요.
이뿐만 아니라 완경기 이후의 여성은 젊을 때보다 활동량이 줄어드니 활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도 줄 거예요. 근육 운동을 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근육량의 감소도 피할 수 없고요. 한 연구에서는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이 특히 완경기 전후의 여성들에게서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어요.
따라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의 호르몬 변화는 완경기 여성들의 식욕을 자극하고 살이 찌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완경기인 50세를 전후해서 많이 증가해요.
2. 대부분의 완경기 여성의 고민 ‘안면홍조’
에스트로겐은 피부의 혈관을 만들거나 상처를 치유하며 피부 안팎의 체온을 조절하는 등의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해요. 하지만 완경기에 접어들고 에스트로겐이 고갈되어 가면서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얇고 건조해지며, 피부 온도의 조절이 잘되지 않고, 피부 탄력도 떨어져요.
이에 따라 완경기 여성이 대부분 겪는 증상 중 하나인 안면홍조를 경험할 수 있는데요. 안면홍조는 고혈당과도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요. 실제 3,000명의 40~50대 여성을 8년 동안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체중이나 에스트로겐 수치에 관계없이 혈당이 높은 여성의 경우 안면홍조를 호소하는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다른 연구에서도 고혈당을 포함하여 대사증후군을 진단받은 완경기 여성은 안면홍조와 발한을 더 많이 경험했다고 해요.
3. 건강한 습관과 혈당 관리는 평생!
완경기 여성 중에서도 당뇨병을 진단받은 여성은, 비 당뇨인 여성보다 심혈관질환이나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2~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반대로 건강한 식습관은 체내 스트레스를 낮추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게 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손실되는 근육량을 줄여주고 잠을 잘 자게 도와줘요.
따라서 좋은 식습관과 운동을 꾸준히 하는 노력은 힘닿는한 평생 이어가야만 해요. 나이가 듦에 따라 호르몬의 흐름이 바뀌더라도, 오랫동안 굳어진 좋은 습관들은 자신을 굳건히 지켜줄 테니까요. 정말 단순해요. 그리고 이미 모두가 알고 있어요. 충분한 물 마시기, 매 끼니 채소 꾸리기, 단백질과 칼슘 적극적으로 챙겨 먹기, 밥 먹고 햇볕 쬐며 산책하기, 잘 자기….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세요.